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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날개" 줄거리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이 문구로 시작되는 이상의 날개는 매춘부인 아내에게 붙어사는 무기력한 주인공의 자아 분열을 그린 한국 최초의 심리소설이며
1930년대 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돈을 벌지도 못하고 사회활동도 전혀 없는 무기력한 남편이다.
그는 현실 감각이 거의 없고, 지쳐 있으며, 게으르고, 매사에 의욕이 없다. 아내에게 얹혀 살고 있는 그는......... 특별히 하는 일없이 세월을
보낸다. 주인공이 사는 방은 아내의 방과 장지로 나뉘어져 있다. 아내의 방에는 가끔 내객에 찾아온다. 아내는 찾아온 손님과 식사를 같이 하고
좀 해괴한 수작 즉, 매음을 해서 돈을 번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런 아내에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법이 없다. 그저 아내가 주는 밥을 먹고 낮잠을
자거나 혼자 공상에 잠기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했다가 돌아온 주인공은 외출에서 돌아와 절대로 보아서는 안 될 아내의 행위를
보고 만다. 주인공은 거리로 나와 경성역으로 가서 미스꼬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가 스물여섯 해의 과거를 회상하며 날개의 소생을 꿈꾼다.
주인공이 사는 해가 들지 않는 서울의 33번지 구석방'은 단순한 공간적 배경이 아닌 주인공의 내적 풍경을 암시하는 곳이다.
장지로 나뉘어진 그 방 한쪽은 화려하고 햇빛이 드는 아내의 방이다. 주인공은 빈대가 들끓는 어두침침한 다른 쪽 공간을 사용한다.
주인공은 그 어두운 공간에서 무의미한 장난이나 낮잠, 공상에 잠겨 시간을 보낸다. 따라서 여기서 어두운 공간은 사회와 일상에서 격리된
주인공 내면의 유폐된 공간을 의미하고 있다. 이처럼 주인공이 자폐적인 공간에 움츠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으로 무능하고 성적으로도 무기력한 남편이 아내가 몸을 팔아서 벌어들인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
아마 맨정신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 이런 경우 심한 무력감과 자기 비하로 알코올 의존증에 빠지거나 현실을 비관하고
직시하지 않으려 한다. '날개'의 주인공이 자기만의 공간 속에서 자폐적인 생활을 하는 것 또한 그런 심리에서 비롯되었다고 추측할 수 이싿.
다른 한편으로는 주인공의 무기력함은 시대적인 이유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날개가 창작된 시기는 1930년대로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하던 시기다. 이때의 조선 지식인들은 치직을 하기도 힘들었고, 마땅한 일자리도 없었다.
일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높은 지위에 오르기느커녕 돈을 벌기조차 힘들었다. 요직의 대부분은 일본인들이 차지했으며, 겨우 돌아오는
낮은 직급의 일자리는 지식인들의 수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은 심한 무기력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던 시기였다.
소설 속 주인공의 자폐적인 태도는 이런 면에서 보면 식민지 지식인의 암울한 내면이 반영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